국내 와인 수입량이 2023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처음 그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소주와 맥주가 전부였던 회식 자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진 건지, 직접 겪어보니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와 있었습니다.

회식 문화, 어디서부터 달라졌을까
저 때만 해도 회식이라 하면 고깃집 아니면 치킨집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술은 소주 아니면 맥주가 전부였고, 와인을 시키는 자리는 특별한 기념일 정도나 됐죠.
그런데 요즘 아웃백 같은 레스토랑에서 회식하는 팀들을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테이블 위에 와인 보틀이 올라와 있고, 페어링(Pairing)을 고려해서 음식을 고르는 모습도 제법 보입니다. 여기서 페어링이란 음식의 맛과 향에 맞는 와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이 어울리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무조건 소주 한 병 더 시키던 자리에서 이런 선택이 나온다는 게 저로서는 꽤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실제로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와인 출고량은 2019년 이후 꾸준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직장인층의 와인 소비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국세통계포털](https://stats.nts.go.kr)). 회식 문화가 달라진 게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층 자체가 바뀐 결과라는 것입니다.
변화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회식 장소가 고깃집·치킨집에서 레스토랑·바(Bar) 형태로 이동 중
- 소주·맥주 중심에서 와인·하이볼 등 페어링 기반 주류로 교체
- '많이 마시는 회식'보다 '맛있게 즐기는 회식' 분위기 확산
수원에서 와인 축제가 열린다는 게 신기한 이유
솔직히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경기도 수원에서 와인 축제?"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와인 행사라 하면 서울 도심 한복판이나 해외 산지 이미지가 강해서입니다.
수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단순한 마트 시음 이벤트가 아닙니다. 와이너리(Winery) 단위로 참가하는 생산자들이 직접 나와 자신의 와인을 설명하고, 방문객이 그 자리에서 시음(Tasting)까지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와이너리란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숙성·병입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와인 생산 농장을 뜻합니다. 생산자를 직접 만나면서 마시면 와인 한 잔의 맥락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이 축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테루아르(Terroir)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지의 와인을 비교 시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테루아르란 포도가 자란 토양, 기후, 지형, 일조량 같은 자연 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같은 품종이라도 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때 쓰는 핵심 용어입니다. 제가 직접 와인 행사를 몇 번 가봤는데, 이걸 알고 마시는 것과 모르고 마시는 것은 경험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와인 소매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조 원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https://www.at.or.kr)). 이 규모를 감안하면 수원 같은 광역시급 도시에서 와인 축제가 열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힙니다.
라이브 공연이 더해지면 경험이 달라진다
와인 시음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축제에서 제가 특히 기대하는 건 라이브 공연입니다. 팝,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오른다고 하는데, 재즈와 와인의 조합이라는 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집니다.
와인 행사에서 음악이 주는 역할을 음악치료 분야에서는 '청각적 페어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배경 음악의 템포와 분위기가 마시는 와인의 맛 인식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게 단순한 분위기 연출이 아니라 감각 경험의 퀄리티 자체를 높여주는 요소라는 점에서, 라이브 공연을 함께 구성한 기획이 꽤 세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원을 요즘 자주 가게 되면서 이 지역이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거점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수원화성 같은 유적 관광에 더해 이런 푸드·음악 페스티벌이 더해지면 가족 단위 방문이나 친구들과의 외출 목적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행사는 사전에 시음 예약이나 입장 시간대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게 현장에서 훨씬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주류 소비 트렌드가 단순히 "더 비싼 술을 마신다"는 방향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면서 마신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저는 가장 인상적입니다. 소믈리에(Sommelier)라는 직업이 예전보다 훨씬 더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소믈리에란 와인의 산지, 품종, 빈티지 등을 분석해 최적의 와인을 추천하고 서비스하는 전문 자격 직종으로, 이 단어가 식당 메뉴판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시대가 된 것 자체가 변화를 보여줍니다.
수원 와인 축제는 그냥 한 번 마셔보는 이벤트가 아닐 수 있습니다. 회식 문화가 바뀌고, 주류 소비가 다양해지고, 도시 곳곳에서 이런 문화 행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 한 번쯤 직접 발을 디뎌보는 게 이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음악을 듣고 와인 한 잔 기울이는 오후,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참고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51615201161547
https://contents.premium.naver.com/developworld/developworld96/contents/260617151558244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