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국악이라고 하면 가야금, 판소리, 장구, 사물놀이 정도만 떠올렸습니다. 그 이상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사실 '어른들의 음악'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국악박물관에 다녀온 뒤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국악의 세계는 제가 알던 것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국악 악기 체험,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예전에 국악박물관에 갔을 때,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을 차례로 체험했습니다. 솔직히 그 전까지는 이 악기들이 다 비슷비슷한 소리를 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소리를 들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특히 해금 소리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해금은 찰현악기(擦弦樂器)에 속합니다. 찰현악기란 활대로 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하며, 서양의 바이올린과 같은 원리로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바이올린과 달리 두 줄 사이에 활대를 끼운 채로 연주하기 때문에 음색이 훨씬 더 애절하고 독특합니다. 아이들이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게 국악이야?"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반응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야금과 거문고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악기입니다. 가야금은 탄현악기(彈弦樂器), 즉 손가락으로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반면 거문고는 술대(뿔로 만든 채)로 줄을 튕기고 누르며 연주하는 방식이라 음색이 훨씬 묵직하고 중후합니다. 이처럼 악기마다 연주법과 음색이 다르다 보니, 한 번 관심을 갖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서울국악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무대에서 공연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악기를 만지고 소리를 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체험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단순한 관람과 비교가 안 됩니다.
정간보, 알고 들으면 국악이 다르게 보입니다
국악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정간보(井間譜)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정간보란 조선 세종대왕 시기에 창제된 국악 전용 악보 체계로, 세계 최초로 음의 길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악보 형식입니다. 서양 악보가 음표의 모양으로 박자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정간보는 격자 형태의 칸 안에 음을 기록하여 리듬을 나타냅니다. 유네스코에서도 한국 음악 문화유산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있을 만큼, 그 학술적 가치가 높은 체계입니다.
국악이 단순히 옛날 음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정간보 하나만 봐도 당시 조상들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음악을 기록하고 전승하려 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맥락을 알고 국악 공연을 보면 감동의 깊이가 다릅니다.
서울국악축제는 이처럼 단순한 공연 이벤트를 넘어, 국악의 역사적 배경과 이론을 함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국악진흥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악의 보전·진흥을 위해 교육과 보급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서울국악축제는 바로 그 역할을 도심 한복판에서 실천하는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축제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국악 장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악(正樂): 궁중과 양반 계층에서 연주되던 음악으로, 느리고 장중한 것이 특징
- 민속악(民俗樂): 서민층에서 발전한 음악으로 판소리, 산조, 농악 등이 포함
- 정재(呈才): 궁중 연회에서 추어진 전통 무용과 음악이 결합된 형식
- 창작국악: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국악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한 형태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한 축제 안에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악의 저변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줍니다.
국악 교육, K-POP만 아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유
요즘 아이들은 K-POP을 통해 음악을 먼저 접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도록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은 부모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는 결국 부모가 어떤 것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니까요.
제가 직접 아이들과 국악박물관에 다녀온 경험상,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악기를 직접 만지고 소리를 내보면서 눈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한 자극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문화예술 활동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전통예술 관람률은 전체 예술 장르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https://www.mcst.go.kr)).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서울국악축제 같은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산조(散調)라는 장르도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국악 중 하나입니다. 산조란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기악 독주 형식으로, 느린 장단에서 점점 빠른 장단으로 이어지며 연주자의 즉흥성과 감정 표현이 극대화되는 음악입니다. 즉흥 연주라는 개념 자체가 아이들에게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설명 없이 들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국악 교육이 단지 전통을 지키는 차원에서만 의미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 조금 더 실용적인 이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다양한 리듬 체계와 음계를 어릴 때부터 접하면, 청각적 감수성이나 음악적 사고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국악축제는 공연을 보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됩니다. 멀리서 무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국악축제를 계기로 아이들이 국악에 한 발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알 필요도 없고, 전문가가 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냥 한 번 듣고, 한 번 만져보고, 한 번 느껴보는 것으로도 아이들의 경험치는 분명히 달라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축제에 아이와 함께 직접 가보시길 권합니다. 앉아서 보는 공연보다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느끼는 축제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참고: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8448
https://blog.naver.com/pkb2811/224306923021
https://blog.naver.com/ssagni/224301782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