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국내에 이렇게 외국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 많은 줄 몰랐습니다. 광주 친척댁을 오가며 지나쳤던 임실이 치즈 테마파크로 유명하다는 건 막연히 알았고, 수원은 한 달에 한 번씩 가면서도 광둥식 전통 정원이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거든요. 요즘 장마 때문에 바깥을 못 나가고 있는데, 날씨 좋아지면 꼭 가야겠다 싶어서 제가 알아본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 — 스위스 닮은 전북의 풍경
광주 친척댁 가는 길에 임실을 지나치면서 늘 '치즈 유명한 동네'로만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아보니 단순한 치즈 생산지가 아니라 유럽식 테마파크가 조성돼 있었고, 그게 좀 놀라웠습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에 위치한 유럽풍 테마파크입니다. 여기서 '테마파크'라는 말이 놀이기구가 있는 시설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곳은 그보다는 정원과 건축물 중심의 경관형 공간에 가깝습니다. 축구장 22개를 합친 면적의 초지 위에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고, 스위스의 아펜젤러 지역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건축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 파크의 뿌리는 지정환 신부가 1960년대에 시작한 임실 치즈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 출신으로 한국에 처음으로 치즈 제조 기술을 전파한 인물인데, 그 역사적 배경이 지금의 유럽풍 테마파크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이 세워진 고장에 유럽 스타일의 공간이 조성된 건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흐름이었던 셈입니다.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개방형 공간이라 정원과 꽃밭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고, 치즈캐슬이라 불리는 유럽식 성 건축물도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5월 장미 축제부터 6월 수국, 겨울 산타 축제까지 계절별로 볼거리가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무료 개방 공간은 기대치가 낮아서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경관형 테마파크(Landscape Theme Park)라는 개념이 있는데, 쉽게 말해 탈 것이나 공연이 아닌 '공간 자체의 분위기와 경관'으로 방문객을 끄는 시설을 뜻합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가 딱 그 유형입니다. 사계절 장미 정원, 백여 종의 장미, 형형색색 수국 등이 식재(植栽)되어 있어 어느 계절에 가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식재란 나무나 꽃 등 식물을 계획적으로 심어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위치: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 입장료: 무료 (개방형 공간)
- 주요 볼거리: 치즈캐슬, 사계절 장미 정원, 수국 정원, 장미 터널
- 계절 축제: 5월 장미 축제, 6~7월 수국, 겨울 산타 축제
- 규모: 축구장 22개 크기의 초지
월화원·허브아일랜드·트로피카제주 — 한국 속 세계 여행
수원은 제가 한 달에 한 번은 가는 도시인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효원공원 안에 광둥식 전통 정원인 월화원(月華園)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최근에야 알았거든요. 매번 가볼 곳 목록에 올라와 있었는데도 계속 미뤄왔습니다. 조만간은 진짜로 가야겠다 싶습니다.
월화원은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효원공원 서편에 위치하며, 경기도와 중국 광둥성의 교류 협력 협약을 바탕으로 조성됐습니다. 2005년에 착공해 2006년 4월 개장했고, 중국 광둥성이 건축비 34억 원 전액을 부담했습니다. 실제로 광둥성에서 건너온 중국인 노동자 80여 명이 직접 지은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한국이 따라 만든 모사품이 아니라 광둥성이 직접 조성한 정통 공간이라는 게 다릅니다.
광둥식 전통 정원의 설계 원칙 중 하나가 '차경(借景)'입니다. 차경이란 창문이나 문을 액자처럼 활용해 정원 풍경을 실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전통 조경 기법을 뜻합니다. 월화원의 건물이 창문을 통해 정원이 보이도록 설계된 이유가 바로 이 차경 원칙 때문입니다. 중국을 아직 가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런 공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가산(假山)과 인공호수, 배를 본떠 만든 정자, 대나무 군락까지 광둥 전통 정원의 구성 요소가 1,820평 안에 오밀조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가산(假山)이란 흙이나 돌을 쌓아 인공으로 만든 산을 뜻하며, 중국 전통 정원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입니다. 출처: 수원시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월화원을 수원의 대표 문화 명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180도 바뀝니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이곳은 43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허브 관광 농장입니다. 지중해 생활 문화를 테마로 꾸며졌는데, 식물 박물관에만 250여 종의 허브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허브 힐링 체험이란 후각·시각·촉각 등 오감으로 허브의 향과 풍경을 동시에 경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의미하는데, 단순 관람보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입니다. SNS에서 유명해진 핑크 모래 언덕은 독특한 색감 덕분에 포토그래픽(Photogenic), 즉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으로 꼽힙니다. 어두워지면 핑크 트리 조명까지 들어와 낮과 밤의 표정이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마지막 트로피카 제주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위치한 야자수 농장입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소유주가 자연 속 재충전을 목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방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수리남' 촬영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입장료가 없는 무료 명소라 제 경험상 이런 곳은 기대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게 나옵니다. 다만 10명 이상 단체 및 상업적 촬영, 드론 촬영은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꼭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출처: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사유지 개방 명소를 별도로 안내하고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권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실치즈테마파크 입장료가 진짜 무료인가요?
A. 정원과 외부 공간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치즈 만들기 체험이나 일부 유료 프로그램은 별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기본 관람 자체는 무료라 부담 없이 들러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Q. 월화원은 언제 가면 가장 좋을까요?
A.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어서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맑은 날 오전에 방문했을 때 사진이 가장 잘 나온다고 하더군요. 대나무와 인공호수 반영이 예쁜 봄·가을이 특히 인기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
Q. 허브아일랜드 핑크 모래 언덕은 포토존으로 유명한데 접근이 어렵지 않나요?
A. 스카이허브팜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약 10분 정도 걸으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경사가 있긴 하지만 무리한 수준은 아니고, 올라가는 길목에 쉼터와 조형물이 있어서 중간중간 쉬어 가기 좋은 구조입니다.
Q. 트로피카 제주에서 드론 촬영해도 되나요?
A. 사유지이기 때문에 드론 촬영은 반드시 사전에 소유주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10명 이상의 단체 촬영이나 상업적 목적의 촬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방문 및 소규모 자유 관람은 일출~일몰 시간 내에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결론
우리나라 안에 이렇게 다양한 이국적 풍경이 숨어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합니다. 제가 직접 다 가본 건 아니지만, 알아보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설레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집순이가 아닌 저로서는 날씨 좋아지는 대로 수원 월화원부터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너무 오래 미뤄뒀거든요.
장마가 끝나면 임실치즈테마파크의 수국 시즌은 이미 지났을 수 있지만, 사계절 장미 정원은 여전히 열려 있을 테고, 허브아일랜드와 트로피카 제주는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외국 느낌을 받고 싶은데 해외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이 네 곳만으로도 꽤 충분한 대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령 여행 코스(대천해수욕장 상화원 서해안) (0) | 2026.07.21 |
|---|---|
| 공주 당일치기 여행(밤 디저트 장칼국수 교통) (0) | 2026.07.21 |
| 구례 여행 (소식다료, 사성암, 천은사) (0) | 2026.07.20 |
| 여름 꽃 여행 (계절성 개화, 야외 활동, 방문 팁) (0) | 2026.07.16 |
| 경기도 여름 여행지 (계곡·휴양림, 바다·일몰) (0) | 2026.07.14 |